커피가 전파된 과정(1) - 아라비아 반도의 이야기

 

지난 시간에 간략하게 커피가 어떻게 전 세계로 퍼져 나갔는지 알려 드렸습니다. 오늘부터는 지난번에 다뤘던 내용들을 한번 더 집어 보면서 자세한 커피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커피의 시작 - 양치기 소년 칼디의 전설

 

커피의 전파는 칼디의 전설로부터 시작됩니다. 커피의 유래라고 불리는 여러 이야기가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정설로 꼽히는 이야기가 바로 칼디의 전설입니다. 기원 후 약 800 ~ 900년경 에티오피아의 고산지대에서 살던 양치기소년 칼디는 체리와 비슷하게 생긴 열매를 먹은 염소가 매우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칼디는 호기심에 이 열매를 직접 먹어보았고 염소들처럼 몸에서 에너지가 솟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후 승려에게 이 신기한 열매를 전해주게 됩니다. 오랜 시간 진행되는 저녁기도로 피곤했던 승려들은 이 열매 덕분에 집중력과 기운이 높아짐을 느꼈고 늦은 시간까지 수행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이 열매에 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이 열매를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고 천천히 에티오피아 전역으로 퍼지기 시작합니다. 처음 에티오피아 사람은 생두와 잎을 별다른 가공 없이 씹어서 섭취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커피 잎과 체리를 끓는 물에 우려내어 차로 만드는 방법이 생겨났고 이후에는 로스팅하지 않은 생두를 갈아 동물성 지방과 섞는다던지, 발효된 커피 체리 과육으로 술을 만드는 등의 방식으로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커피 에티오피아에서 예멘으로

 

그 후 몇 백 년 동안 국가간 무역이 에티오피아에서 아라비아 반도 남단에 위치한 예멘까지 확대됨에 따라 커피 무역도 확대되었습니다. 이 때 생두를 처음으로 로스팅한 다음 끓여 음료로 만드는 방법이 탄생합니다. 당시에는 이 음료를 잠을 깨워주는 음료라는 뜻에서 카와(QAHWA)라는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상인들은 커피나무를 에티오피아에서 예멘으로 가져가 옮겨 심었고 예멘 비옥한 고산 지대에서 재배하는 데 성공함. 이후 커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재배하기 시작했고 예멘에서 세계 최초의 대규모 커피 경작이 시작되었습니다.

1536년 오스만 제국이 예멘을 점령하자 커피는 터키 제국 전역의 중요한 수출품이 되었습니다. 커피가 주요 수입원이 되자 오스만 제국 사람들은 커피나무 재배 지역을 통제하기 시작합니다. 오스만 제국은 번식 가능한 생두의 수출을 통제하기 위해 로스팅하거나 가루로 만들어 수출했습니다. 이러한 조치로 인해 예멘 커피 무역은 일정 기간 최고의 지위를 누렸으며 예멘의 항구인 모카(MOCHA)는 18세기까지 커피의 주요 거점 시장으로 활약합니다. 커피 품종 중 하나인 모카도 이 항구에서  가져온 이름입니다.

 

콘스탄티노플의 터키식 커피 탄생

 

커피를 좋아했던 오스만 총독은 1555년에 생두를 이스탄불에 소개했고 당시 이스탄불의 이름은 콘스탄티노플이었습니다. 당시 술래이만 대제가 거주했던 톱카프 궁전에서 커피는 새로운 방법으로 제조됩니다. 우선 생두에 열을 가해 로스팅을 한 다음 아주 고운 가루로 갈아준 뒤 물에 담가 천천히 끓여 커피를 추출하였습니다. 지금과는 다르게 가루가 담긴 채로 제공되었고 이 제조 방법을 카흐베시바시라고 불렀습니다. 귀족들이 이렇게 커피를 즐기자 곧 궁궐 밖으로까지 커피에 대한 인기가 퍼져나갑니다. 사람들은 생두를 구매하여 집에서 로스팅한 뒤 곱게 갈아 체즈베라는 커피 전용 냄비에 넣은 뒤 뜨거운 모래나 불 위에서 열을 가해 커피를 추출하였습니다. 이 방식이 현재까지도 사용되는 터키 전통의 커피 추출 방식입니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고 난 뒤 남은 커피 찌꺼기의 패턴으로 점을 치는 문화도 생겨 납니다. 이후 세계 최초의 커피하우스가 이곳 콘스탄티노플에서 문을 열었고 대중들에게까지 퍼져나갑니다. 사람들은 이곳을 카베 카네스라고 불렀으며 이곳에서 교류하고 음악을 듣고 공연을 보는 등의 활동이 콘스탄티노플의 주요 문화로 자리 잡게 됩니다.